여름이 먹기 좋게 식었다




여름이 먹기좋게 식었다.
뜨거운 여름밤이 가면 남은 건 제철을 준비하는 먹기좋은 것들이다. (잔나비의 볼품없는 것에 음식은 예외다)

온갖 해산물을 사랑하는 나에게 뜨거운 여름은 매력 없는 계절이다.
그렇게 뜨겁기만 하면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양손으로 어쩔 줄 도 모른 채 이리저리 옮기다 김이 식을 때 까지 배곪는 계절인 것이다.

이제 여름이 잘 식고 가을과 전어가 온다. 상상해보자.
내가 전어의 멋진 런웨이를 감상하는동안
스테이지 뒤에서는 방어와 석화가 곱게 단장하고 당당한 걸음걸이를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어와 새우, 꼬막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도도하고 아쉬운 뒷모습을 감추면,
방어와 삼치와 석화가 쉴 틈 없이 나에게 영감을 주는..
아 이 얼마나 행복하고 뻔한 기대인가. 뻔한 기대는 얼마나 신뢰를 주는가
가는 시간만큼 야속하고 정확한게 없기에 제철에 대한 기대는 절대 나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는다.

이미 런웨이는 시작되었다. 24일부터 집근처 전류리포구에서 전어 축제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별 볼 일 없는 백수도 쉴틈없이 출장나가서 감시하고 얻어오는 바쁜 경력자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벌써 스케줄이 바쁘다. 이런 행복한 일이 세상에 있다면 세상 모든 풍파와 갑질과 노여움이 사라질텐데.

조만간 전어님을 영접하고 꼼꼼하게 기획서를 써서 제출해야겠다.
바야흐로 짜증나다시피 들러붙던 뜨거운 계절이 가고 허전한 가을이 왔다.
시원씁쓸한 이별 후에 허전함과 허기짐은 금방 잊고, 제철음식으로 광명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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