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나무 냄새





저 뒤에 보이는 희미한 나무가 아카시아다.
눈앞에 두고도 몰랐는데 인복이오빠는 한 눈에 알아봤다.


2019. 5. 13

빵집에 가는 길에 교수님이 아카시아향이 난다고 했다. 
내가 아는 아카시아에 관한 거라곤 어릴적 좀 어른스럽고 싶을때 사서 까먹곤 하던 
촌스러운 포장지의 껌 뿐이라, 연신 코를 킁킁거려 봐도 그런 어른의 향은 맡을 수 없었다. 
나도 길을가다 킁킁거렸던 치킨이나 짬뽕의 냄새 말고
라일락이나 아카시아 향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2019. 5. 17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부터 꽃향기가 났다. 
설레는 마음으로 나갔더니 역시나 아카시아향이였다.
내가 아카시아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거다. 

러닝을 시작할때는 온갖 꽃과 풀향기가 과분하게 난다. 
주변을 감싸는 각기 다른 푸른것들과 물내음, 간간히 미세한 음식냄새가 생기를 줬다가 
중간쯤 되면 냄새고 뭐고 죽을둥살둥이라 아무 향도 맡지 못한다. 
앞을 보는것도 까마득한데 코나 귀는 어떻겠는가.

평소처럼 러닝을 마치고 거꾸리에 드러누워 숨을 골랐다.
머리맡에서 이름모를 꽃향기가 난다.
어떤 나무의 자랑인지, 저게 아카시아 냄새랑 뭐가 다른건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뭐 나도 인복이나 교수님처럼 시간을 들여 봄내음을 여러해 느끼다 보면
친구의 이름을 외 듯 친근하게 초록이들에게 말을 붙일 수 있겠지.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렵던 풍부한 향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이 계절의 온도와 체취와 자유로움을, 새삼스럽지 않음을 잊지 않아야지.(미세먼지는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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