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전히 낯선 꿈들

2019. 4. 26





이슬아작가님은 '마치 무의식이 의식에게 상영하는 영화같아서 꿈을 메모하고 골똘히 복기하며 꿈생활을 이어간다' 고 했다.

무수히 많고 정신없는 글자로 기록해놓은 내 꿈기록을 보았다.
원래 꿈을 꾸고나면 좋기보다 싫을때가 더 많았지만, 생각도 복기도 없이 그저 즉흥적 행동만 넘쳐나는 내 꿈을 이슬아작가의 군더더기없이 아프고 멋진 꿈과 비교하니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건 꿈을 기록하면서 처음 쓰는 꿈에 대한 글이다.

 작년에 악몽이 잦아지자 꿈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생에 생기없는 우기가 습관처럼 길어지자 나는 꿈속에서라도 자꾸 벌을 받아야했다.
잔인하고 무섭고 쑤시는 꿈에 서럽게 울면서 일어나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
그 무렾, 꿈을 꾸지 않기 위해 자주 술을 먹고 잠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꿈조각이 달아나기 전에 황급히 붙잡느라 꿈기록에는 오타가 많았다.
계속 적다보니 기억이 의무화 된 듯, 더 생생한 꿈을 많이 꾸게 되었다.
깊은 잠이 간절하여 꿈기록을 그만두었다.

 그래도 어떤 꿈들은 자꾸 찾아와 결국 적게 만들었다.
극심한 악몽은 없어졌지만 하루에 서너번을 깨면서 두어개의 꿈을 꾸었다.
무의식은 내 수면을 아주 요령있게 방해했다. 드문드문 떠오른 꿈의 파편은 현실과 어지럽게 섞였다.
고양이밥이 다 떨어졌었지, 하고 얼른 주문하면 사료봉지에는 사료가 넉넉히 남아있었다.
꿈은 내 기억까지 선을 모르고 헤집고 다녔다.

 내 잠자리가 미워질 때 쯤 감당안되게 쏟아지던 꿈들이 조금씩 멎었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것들 중 가장 밉게 느껴졌다.
그래놓고 '꿈' 이라니. 바라는 이상을 부르는 말과 같은 글자를 쓴다니.
나를 그렇게 괴롭게하면서 저런 멋진 이름을 가졌다는게 탐탁찮았다.
 잠에서 깨어보면 개연성 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내용 이였지만 나는 그 영화 속에서 울고 웃고 두려워했다.
지나간 남자들과 친구들이 자주 등장 하는데, 나는 그사람들에게 애정을 갈구하거나 쏟아지는 관심을 즐기다 눈을뜬다. 전자보다 후자가 오히려 나를 헛헛하게 만들었다.
내 욕구나 결핍이 민망할 정도로 단순하게 드러나서, 일기보다도 꿈기록이 누구에게도 들키고싶지 않은 활자들이다.

  나를 동정하는 꿈들 앞에서 자꾸 비참해진다. 그럼에도 나는 기어코 꿈생활을 이어나가겠지.
현실에서 부족하고 갈구하는것들을 무의식에서 날것의 형태로 안아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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