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 수필집을 읽으며

2019.4.14

나는 끈기가 아주아주 부족한 사람이기때문에 '요즘'이 아주 짧다.
얼마나 짧냐면 저 한문장에 아주가 세번 들어가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짧다.
예컨데 요즘 다이어트를 하는데- 는 이틀, 요즘 술을 많이먹어서 는 3일, 요즘 달리기를 하는데 는 하루이다. (하지만 요즘 백수인데는 3년째 잘 이어가고있다.)
덕분에 구남친에게는 너한테는 요즘이 뭐그렇게 짧냐고 자주 한소리를 듣기도 했었다. 아마 요즘 너때문에 힘들어, 요즘 이걸시작했어! 해놓고 며칠 안 된 순간들이였겠지.

 아무튼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오래 애인이 없는 나도 여전히 끈기없는 날들을 보내고있는데, 요즘의 화두는 이슬아작가다.
오래전부터 이슬아작가님의 수필집은 여기저기서 접해왔지만 이런저런이유로 구매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며칠전에는 더이상 피할 수 없다는 불가피한 감정이 샘솟아서 이후북스에서 17000원을 고스란히 내고 책을 데려왔다.(지금이라면 이게 17000원 밖에 안한다니! 했을거다)
그러곤 짬짬이 읽는데 그 매력이 어마무시해서, 잘 웃게하고 눈시울을 붉게하고 글을 적게하고 못견디게 부럽게 만들어서 푹 빠져있다. 지금은 역시나 노트북 앞에 오래 앉아있지 못하고 책을 펼쳐 늰자리에서 정독하며 이슬아작가님의 인스타를 염탐하고 그녀의 사운드클라우드를 돌리고있다.

나의 요즘(오늘 약 3시간)을 할애하게하는 그녀가 정말 멋있다.
닮고싶은 솔직함, 삶을 정면으로 대하는 당당함이 내가 손뻗어도 닿지 못한 작은 어른같다.
나는 달리기를 열심히 해야지 하고 어제도 그제도 나가지 않았는데,
작가님은 소설을 잘 쓰고싶어 1년간 매일 뛰다가 지금은 소설을 쓸 줄 모르는 달리기의고수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끈기는 아주 멋지고 길어보인다. 오늘은 그 음성을 들으며 달리기에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