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못하는 물



내 부탁으로 한 행사에 갔다가, 준비한 수량이 떨어져 애꿎은 물 만 사온 친구가 있었다. 그게 귀엽고 또 고마워서 평생 먹지 않겠다고 선포하고 창가에 올려두었다.
 그 후에도 가끔 상전 모시듯 제자리에 있는 물을 본 친구는 어느날 마음먹고 열어보면 이미 따져있을 거라고 장난을 쳤었는데.
아마 저 물은 앞으로도 계속, 목이 따이는 일 없이 저기서 매일의 하늘을 담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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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소중함이 지나가자 나는 굴속으로 더더 파고들기 시작했다. 세상에 남는 모든 생산적인 것에는 다 손을 떼고 굴속에서 웅크려서, 때맞춘 외출날만 기다리면서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외로움과 억지로 짝을 맺었다. 기다리던 주말은 내 짝을 떼어가지 못했다. 이틀은 나가는 데에, 나머지 5일은 이틀간의 경솔한 행동들을 꼬집어 내 후회하는 데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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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블로그에 '간절하면 잃더라'는 글을 봤다.
요즘 내 간절함은 언어까지 잃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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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읽고 대화하는 것에서 멀어지자 살아가는 느낌이 없다. 그냥 존재만 하는 존재.
그렇다고 원래라도 살아내지는 않았다. 그저 살아 있기는 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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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건전한 때가 잘 없다. 여기서 건전의 의미는 좀 다르지만. 어쨋든 어린이나 청소년은 절대 보지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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