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아저씨와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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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아저씨와 어울렸던 쓰레기당부글 |
기사님 대각선의 맨앞자리에 앉으면 탁 트인 앞을 보면서
가는 맛이 있어서 가끔 그 자리에 앉아가곤 한다. 오늘이 그런 날이였는데 귀여운 장면을 봐서 기록해 둔다.
좀 투박한 기사님 뒷자리에 왜소한 아주머니가 앉으셨는데, 아주머니가 일어나 칸막이 너머로 휴가는 다녀오셨냐 안부를 여쭙는걸 보니 두분이 어느정도 아는 사이 이신 것
같았다.
짧고 호탕한 말투로 대답하신 기사님은 어딘가 통화를 하시더니 이내 큰 목소리로 아줌마! 하고 불렀다.
그러곤 동글동글한 실루엣이 내비치는 검은 봉지를 높은 가림막 뒤로 툭 넘기는 것이다.
그러곤 동글동글한 실루엣이 내비치는 검은 봉지를 높은 가림막 뒤로 툭 넘기는 것이다.
복숭안데 엄청달어~~
냉장고에 넣으면 맛없대 그냥 가서 깎아가꼬 먹어봐요.
아주머니는 이거 저 주시는 거에요? 하며 머쓱하고 수줍은 미소를 띄며 봉지를 받아들었다.
그 복숭아가
얼마나 맛있고, 또 얼마나 먹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몇 마디 오간 후
아저씨는 다시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집중했다.
나도 시선을 거두고 핸드폰의 작은 화면과 노래에 집중하는데,
옆으로 무언가 달랑달랑 히끗거렸다.
먹기 좋게 썰려 식비닐 안에 담긴 복숭아.
아저씨가 아주머니께 뭐라 말을 걸며 건넨 듯 했으나, 높은 가림막 때문에 전해지지 못해 아저씨의 오른손은 이내
뻘쭘하게 돌아가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는 이 상황이 흥미로워 이어폰 한쪽을 빼고 기사님의 동태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 역시나, 아저씨가 다시 아주머니께 말을 걸었다. 신호가 걸려 비교적 조용해 진 때였다.
시덥잖은 질문을 몇 개 하시고는 다시 왼손으로 본론을 뒤로 건네며,
이거
아까 그 복숭안데 오늘 깎아온거요. 진짜 달아 여기서 한번 먹어봐- 하시는거다.
결국 츤데레 아저씨는 두번째 봉지까지 아주머니께 전하는 데 성공했다.
두
분이 어떤 관계인지는 잘 짐작이 가지 않지만
버스를 타고 가는 짧은 시간동안 보인 두 분의 이야기가 한동안 생각나 미소짓게 되었다.
기사의 인권이나 프라이버시를 위해 설치된 가림막이 저 정많은 기사님에게는 저렇게 소통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겠지.
나도 저 쪼끄만데 엄청 달다는 복숭아가 먹고싶어졌다.
Ps. 아주머니는 합정역에서 짧은 인사 뒤로 내리셨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양손에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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