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도쿄1기 _ 둘째날
코엔지 - 후타고타마가와 - 지유가오카 - 숙소
-
.아무래도 숙소를 정말 잘 잡은 것 같다. 동네마저도 너무 이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가기전에 제대로 동네 구경을 하고, 그 중 마음에 드는 가게를 골라 술도 한 잔 해야지.
.
도쿄사람들도 지하철을 헷갈려했다.
후타고타마가와! 물이 있는곳은 어디든 아가가 많다. 송사리가 헤엄치는 물길, 가위바위보 계단놀이를 하는 부녀. (아빠가 한참 지고 있었고 딸은 세상에서 제일 자부심있는 표정을 지었다) 다정과 순수한 웃음이 지천에 널렸다.
평화로운 후타고타마가와 |
어쩌다 보니 나의 첫 츠타야는 츠타야일렉트로닉이 됐다. THE시리즈와 하라켄야의 디자인의디자인 원문을 직접 보니 가슴이 두근댔다.(물론 보기만 했지 '읽지'는 못했다) 일러스트로 꾸며진 정갈하고 예쁜 디자인 서적도 여럿 있었다. 두번째 볼때쯤 하나 사두려고 한 권을 속으로 찜해놨다.
.
나는 뭐든 검색해보지 않으면 못 사는 버릇이 있는데, 일단 효력이 괜찮은지 좋은 제품인지 만난지 약 3분만에는 알길이 없고 확신도 없는데다 돈은 더더욱없기 때문이다. 불확실과 무지는 타국에서 더더욱 커지므로 일본에서 나는 아무것도 살 수 없는 무력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신기하고 귀여운 애기 놀이기구를 봤다. 나무로 마들어 유아틱하면서도 깔끔했다. 비슷한 톤과 각의 정갈한 건물들, 조화로운 간판. 참, 일본이란 나라는...
정말 행복해보이는 아이와 할머니 |
.
'셔터스'라는 레스토랑에 갔다가 주문에 문제가 생겨 시키지 않은 그라탕이 같이 나왔다. 맛있게 먹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우리는 재빠르게 영수증을 확인했고, 몇숟갈 퍼먹은 그라탕을 반납했다.
셔터스의 명란바게트는 분명 맛있었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않을것이다. 추천 받은 모든곳이 내게 맞을 순 없다는걸 다시 한번 깨우친다. (어쩌면 잘 맞을 것 같았던 김규림씨와 내 취향이 많이 다를지도..) 우리는 돈을 넉넉히 쓸 수 없고, 언어장벽이 큰데다가 아닌척 하지만 주눅든 내 자신이 느껴져 답답했다. 어쨋든 반납했던 그라탕은 정말 맛있었다.
문제의 셔터스.. 근데 저 그라탕 진짜 엄청나다구 |
편의점 마다 들린다. 일본의 편의점은 곳곳마다, 종류마다 신기하고 재밌다. 그냥 습관처럼 보이면 들어간다.
.
우리는 척척 잘도 숙소에 돌아왔다. 이제 지하철도 좀 익숙해졌다. 내일쯤엔 진짜 우리집 오듯 잘 올 것 같다! 모레는 이제 좀 내곳같은데- 하며 아쉬움을 안고 떠나겠지.
납작한 중면에 토마토소스와 명란, 베이컨을 넣어 이상한 파스타를 만들었다. 떡처럼 불었는데도 그저 맛있었다. 맥주와 치즈, 파스타를 내어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꿈만같은 시간이었다. 진짜 이 여행이 끝나면 꿈이 되겠지.
근본없는 요리 |
정다정작가의 『나는 너의 눈썹을 알고』에는 솔라리스행성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우리의 기억을 이용해 과거를 물질로 만든 행성의 이야기. 그곳에서는 나의 기억을 무한히 재생할 수 있다. 꿈만같은 기억을 계속 볼 수 있는, 하지만 평생 현재는 될 수 없는 과거를, 과거에 머무르는 현재를 살아간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지나가는 현실을, 꿈같은 지금을, 과거가 되어가고 있는 여행을 온전히 느끼는 것 말고는 달리 취할 방법이 없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