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나의 복슬이에게

젖은 털을 말려주려 내 무릎에 앉혔을때 너의 수척해진 등을 보았다.
분명 예쁘고 두툼한 선 같았는데. 이젠 아래로 갈수록 야위는 몸뚱, 듬성듬성 빛바랜 털들로는 가릴 수 없는 반점들이 선명하다.
네가 나보다 어른스럽곤 했었지. 너는 나보다 빠른 세월을 자랑이라도 하든 그렇게 나보다 빨리 철이 들었었지.
그때도 서둘러 가는 니가 야속하긴 했었다만 그래도 어디 짐작이라도 했겠어, 네가 나와 지낸 세월을 담고 열 다섯해를보낸 이 때를.
함께있어도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그립고 뒤집으면 희미해질까 졸이는 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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