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아에게

2017년 6월 7일, 반려동물이 친구 곁을 떠났다

얄궂은 비가 숨죽여 내린다.
오랜만의 비다. 엊저녁부터 소리없이 내려서 젖은날의 풋내음을 풍긴다.
한참을 창틀에 앉아 추적이는 밖을 내다봤다.
후추가 와서 킁킁이다 다시 침대에 누워 제 털을 햝았다.
창가에는 맥주 두 캔이 그대로 놓여있다.
섣불리 말을 내뱉기 힘든 날이다.
그래서 비도 저렇게 목소리를 낮췄나 보다.
 제 가족 슬플게 싫어서 너도 그렇게 조용히 갔을까
오래 힘겹게 하고 싶지 않아서 조금 서둘러 나섰겠지.
할머니 없이 첫 외출인데 비오는날의 산책은 어떨까 싶다.
매일같이 바깥을 구경하던 아이가 꽤나 답답했을 거야.
이젠 힘들었던 몸도, 아팠던 기억도 내려두고 작은 걸음으로는 미쳐 갈 수 없었던 곳까지 마음껏 누리자.
 널 보낸 가족들은 한동안 많이 힘들 것이다.
처음에는 너와의 세월조차 힘겨워 하겠지만
이내 너와 지냈던 시간 덕분에 정말 행복했다고, 너를 계속 사랑 할 것이다.
선물같았던 너 덕분에 글로는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수없이 좋았던 사람들이 있다.
너는 생은 다 못 채웠지만,
제 몫은 가득이 하였다.

시원한 비냄새가 방 안까지 가득 채웠다. 새소리와 간간히 젖은 자동차 바퀴소리가 난다.
너와 인사하기에 부족함 없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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