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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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지니가 소원 세가지를 들어주겠노라 했다면 홀린듯 이 책의 마지막을 없애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제대로 알아들으려나? 진짜 마지막장을 죽 찢어 없애며 씨익 웃어보이면 어쩌지. 아무래도 작가님께 책을 더더 내달라고 엉겨붙는게 더 현실적이려나? 하면서 얼마 남지 않는 마지막 장을 향해 아까운 한장을 더 넘겼다.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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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울하기만 한 내용은 아닌데 어딘지 모를 우울감을 전이받아 생각을 환기하러 책을 놓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책을 읽다 울적해져서 곧바로 밖에 나간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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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참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글은 자주 자기반성으로 시작해 어떻게든 희망차거나 합리화 하에 맺으려 한다. 현실에 막혀 운을 뗀건데 글을 마무리 할 때도 당연하고 여전하게 달라진건 없으니 자꾸 싸고 돌게 되는거다. 이 책에서 솔직한 고해성사와 당당한 마무리를 배우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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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듯 솔직한 문장들에 문득 작가는 이 책을 부모님께 보여드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벌써 2쇄면 숨기기도 힘들겠는데, 나라면 어떨까, 글을 쓰면서도 여러 관계들을 신경쓰느라 문장을 희석했겠지, 그런 생각까지 꼬리를 물었다.
마침 맺는말에서 작가는 그 내용을 언급했다. 154쪽의 마지막을 읽으면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며 코끝이 시큰해졌다. 슬픈것도, 감동한것도 아닌 이상한 알싸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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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읽을 때 실컷 밑줄을 긋고 메모하며 책을 소비(?)하는 습관을 가졌는데
밑줄도 대괄호도 성에 안 찰 정도로 페이지가 통째로 좋으면 윗 모퉁이를 작게 접는다.
이 책도 그렇게 접기 시작한건데
이렇게 윗쪽이 벌어질 정도로 다 접게 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접지 말걸, 하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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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이루어진 나의 첫 (읽은) 독립출판물 이었다. 수없이 마주치면서 왜 진작 사지 않았지. 그날 거기서 다시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생 이 책을 지나치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저번주 토요일의 나에게 안도의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을 여러권 쟁이고는 나와 같은 밑줄을 그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한 권 씩 주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지니가 소원 세가지를 들어주겠노라 했다면 홀린듯 이 책의 마지막을 없애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제대로 알아들으려나? 진짜 마지막장을 죽 찢어 없애며 씨익 웃어보이면 어쩌지. 아무래도 작가님께 책을 더더 내달라고 엉겨붙는게 더 현실적이려나? 하면서 얼마 남지 않는 마지막 장을 향해 아까운 한장을 더 넘겼다.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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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울하기만 한 내용은 아닌데 어딘지 모를 우울감을 전이받아 생각을 환기하러 책을 놓고 산책을 하기도 했다. 책을 읽다 울적해져서 곧바로 밖에 나간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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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참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글은 자주 자기반성으로 시작해 어떻게든 희망차거나 합리화 하에 맺으려 한다. 현실에 막혀 운을 뗀건데 글을 마무리 할 때도 당연하고 여전하게 달라진건 없으니 자꾸 싸고 돌게 되는거다. 이 책에서 솔직한 고해성사와 당당한 마무리를 배우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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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듯 솔직한 문장들에 문득 작가는 이 책을 부모님께 보여드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벌써 2쇄면 숨기기도 힘들겠는데, 나라면 어떨까, 글을 쓰면서도 여러 관계들을 신경쓰느라 문장을 희석했겠지, 그런 생각까지 꼬리를 물었다.
마침 맺는말에서 작가는 그 내용을 언급했다. 154쪽의 마지막을 읽으면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며 코끝이 시큰해졌다. 슬픈것도, 감동한것도 아닌 이상한 알싸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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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읽을 때 실컷 밑줄을 긋고 메모하며 책을 소비(?)하는 습관을 가졌는데
밑줄도 대괄호도 성에 안 찰 정도로 페이지가 통째로 좋으면 윗 모퉁이를 작게 접는다.
이 책도 그렇게 접기 시작한건데
이렇게 윗쪽이 벌어질 정도로 다 접게 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접지 말걸, 하는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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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이루어진 나의 첫 (읽은) 독립출판물 이었다. 수없이 마주치면서 왜 진작 사지 않았지. 그날 거기서 다시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평생 이 책을 지나치기만 했을지도 모른다. 저번주 토요일의 나에게 안도의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을 여러권 쟁이고는 나와 같은 밑줄을 그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한 권 씩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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