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나는 까막눈이었다.
고개를 돌리면 어디든 직힌 어느나라의 당연한 글자들이 나에게는 그저 꼬부라진 그림처럼 보였다.
그 그림의 소리만 외어 통째로 질문해 보아도 대답을 알아 들을 수가 없으니 결국 바디랭귀지와 짧은 영어실력으로 헤쳐가야 했다.
제대로된, 그러니까 길거나 자연스럽거나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어서 답답했다. 말도 그런데 글을 읽는 일은 오죽할까..
한국에 돌아와서 익숙한 글자들에 둘러쌓이자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여기의 사람들은 다 내가 아는 말을 쓰고, 지나가다 얼핏 들리는 대화들도 모두 엿들을 수 있다.
내 주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한글로 감싸져 있었는데 그게 이젠 당연하다시피 쉬워서 인지하지 못했다. 공기가 있어서 숨을 쉬며 살고 있다는 걸 자꾸 잊는것처럼.
한 나라나 연합을 묶어주는 합리적인 대화방법, 언어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 해 보게 되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