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들어오는 것들

2017년 5월 7일 오후 10시 20분

오늘도 미세먼지가 그렇게 많단다. 그 심각성에 관한 미디어를 계속 접하고, 마스크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니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때문에 창문 한번 열고 산책 한번 하는데도 미세먼지 눈치를 보게 됐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더 심각하다. 이때도 이런 고민을 했었다니..)
오늘은 구름이 예쁘니까 산책을 좀 해야겠다, 하다가도 미세먼지 농도를 검색하고
고민 끝에 이내 포기하는 식이다.
 생물도 아니고 내 발톱에 때보다 작은 먼지 눈치를 봐야하는 신세라니,
보이지도 않은 먼지 따위 때문에 내가 살랑거리는 바람도 포기해야해?
와 같은 생각에 그냥 창문을 열었다.
덕분에 창가에 배를 깔고 누워 햇살과 바람을 느끼는 후추를 볼 수 있었다.
오늘 낮에 연 창문이 여태 열려 있는 것이다. 지금쯤 집에서 미세먼지 파티가 일어나고 있겠지.

창문을 열어 놓으면 미세먼지 말고도 들어오는 보이지 않는게 또 있는데,
바로바로바로바ㅗ라봐ㅗ 향이다. 
주로 낮에는 잘 안들어오고 저녁 즈음에 어디집인지 모를 저녁상 냄새가 스멀스멀 들어온다. 불고기나 된장찌개, 어떤날은 군고구마 같은 향이 나기도 한다.
 오늘은 아끼며(사실은 게으르게) 읽던 책의 마지막을 덮었는데
때마침 부드러운 빵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불고기를 저녁으로 먹은 그 집에서 정성들여 부드럽고 촉촉한 후식을 만드는 걸지도 모르겠다.
가끔 담배냄새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나는 집으로 자연스레 새어 들어오는 냄새들이 좋아 창을 닫지 않는다. 미세먼지만 허락해준다면...

 오늘도 큰 창 사이로 부는 바람이 커튼을 흔들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내 방에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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